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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30
거리를 커뮤니티 공간으로 - 도쿄 '0엔숍' 이야기

거리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면 간혹 '이곳에서 타도 되나' 싶어 눈치를 본다. '애완동물 출입 금지', '자전거는 안 돼요' 같은 표지가 세워져 있으면 '스케이트보드도 안 되는 구나' 싶다가, '스케이트보드는 된다는 거지?' 하며 결국엔 탄다. 하지만 "이곳은 공원이 아니어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면 안 됩니다."라고 직접 제지를 당하면 별 수 없이 자리를 옮긴다. 그렇다면 거리는 모두의 것이 아니란 말인가?

4월 30일, 문래동에 자리한 인포숍 카페 별꼴에서 메구미 씨의 '0엔숍' 활동 이야기를 들었다. 도쿄 쿠니타치 시에서 2012년부터 운영한 '0엔숍'은 경찰의 경비가 심한 도쿄의 거리에서 그럼에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걸 실감’하는 계기라고 메구미 씨는 말했다. 경찰에 허가를 받아야만 거리 이용이 가능한 제도이지만, 모든 것의 가격이 0엔인 '0엔숍'은 경찰의 제지도 비껴갈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여는 이 시장은 돈을 매개로 하지 않고도 물품을 나누는 활동 공간이다. 단, 물품을 갖고 온 사람들이 재고를 도로 거둬가지 않으면 메구미 씨가 집에 들고 가야 하는 일이 발생해서, 나중에는 판매자 스스로 반품해가게끔 책임을 지게 했단다. 최신의 수요에 맞추어, 혹은 수요를 만들어 신상품이 쏟아지는 마켓과 다르게 본인이 소장하거나 사용했던 것을 다음 사용자에게 물건에 담긴 이야기와 함께 전달하는 식이란다. '탈자본주의'에 관해 책을 쓴 츠루미 씨가 자신의 책을 주면서 '이 책이 어떤 책이다'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물품이 아니라 연주를 선사할 수도 있다. 거의 매회 오는 한 중년 남성은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그렇게 서로 알게 된 관계에서 메구미 씨는 그가 경험한 전쟁에 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0엔숍'은 참여자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정보가 흐르는 곳이기도 하다. 술집 피켓을 들고 아르바이트 하는 여성과 대화하게 되었고, 알바 고충에 시달리는 그녀에게 노동 관련 잡지를 주기도 했다는 메구미 씨. 스위스에서 온 아나키스트 친구가 판화 워크숍을 열기도 했고 말이다. 물질, 비물질적 자원을 공유하는 곳이며, 몰랐던 이들도 이런 관계로 맺어지면서 새로운 관계가 시작된다. 그녀는 자기가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이지만 소비를 유지하며 살고 있는데, 이런 비실천적인 삶에서 자기의 운동이 크게 의미 있느냐는 회의를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녀는 0엔숍을 하면서 그 문제를 자기 문제로 치환해 실천하고 있었다.


문래동 카페 별꼴, https://www.facebook.com/byulkkol

# 조직하고 모으기 by @gusvjar
2017.03.25
다시 보기: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오보

2017년 3월 25일. 바닷 속에 1,073일간 잠겨 있던 세월호가 다시 우리 눈앞에-방송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시’라고 쓴 이유는, 우리는 그것이 가라앉는 실시간 사태를 TV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시청자인 나의 바깥으로 나와 당시의 보도와 그 시각 청와대의 상황을 되짚어본다.

당시 방송사로서 가장 먼저 11시 01분경 '전원 구조' 오보를 낸 MBC[1]의 오전 10시 <뉴스특보>[2]에서는 ‘현재 세월호가 침수중인데요’ 라는 멘트가 흘러나왔고, ‘안산 단원고생 300여 명 조난선 승선’이라는 자막이 떴다. 방송된 지 1시간 20분(11시 20분 즈음) '해경 '단원고 학생 325명 전원 구조'라고 뜨지만, 이와 동시에 상황을 전달하는 기자의 말은 다르다. ‘해경 발표에 따르면 오늘 오전 11시 현재, 함정에서 79명, 헬기에서 32명 등 모두 161명을 공식적으로 구조했다고 밝혔습니다.’ 뉴스특보는 1시간 29분 48초 즈음(11시 29분 48초), ‘여객선 완전 침몰...승객 전원 탈출 한 듯’, 그리고 최종적으로 ‘325명의 학생들을 전원 구조했다고 정부가 밝혔다’고 전달한다.


4월 16일 11:29
청와대: (구조인원이) 161명이면 나머지 한 300명이 배에 있다는 건가요?
해경: 일부 배에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현장에서는. [3]

하지만 그때, 청와대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시청자가 '전원 구조했다는 정부'의 말을 전달 받은 그 시각, 청와대는 전원 구조되지 않은 사실을 해경으로부터 직접 확인한다. 11시 29분, 300여명이 배에 그대로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먼저 알았을 때, 국민에게는 허위 보도 되었다. 이날 오후 2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언론 브리핑에서 “오후 1시 기준 368명 구조됐다”고 보고했지만, 청와대는 “일부 중복이 있어 370명이 정확한 게 아니”라는 정정 보고를 1시 30분에 받았다고 한다. 내가 시청자로서 보고 알게 된 정보와 청와대와 해경간에 주고 받은 정보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국민의 '알권리'보다 행정권력의 은폐가 우위에서 작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땐 전혀 알지 못했지만, (참다운) 언론의 보도로 깨닫게 되었다.


[1]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국회의원측은 MBC는 당일 오전 11시 1분에 가장 먼저 '학생 전원 구조' 오보를 낸 것으로 확인했다.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 방송사들, "쟤들이 먼저 오보했어요" (2014.05.21), 국민 TV 뉴스K, https://www.youtube.com/watch?v=_0eZ-Sr5sQQ
[2] 방송사 사이트에서 '뉴스특보'의 '기사입력' 시간은 오전 10시로 기입되어 있다. 이 영상의 1시간 02분 51초(11시 02분)즈음 '안산 단원고 "학생들 전원 구조" 자막이 뜬다. 이는 [1]에서 인용한 최민희 의원의 보고와 1분 정도 차이가 난다. http://imnews.imbc.com/replay/newsflash/list,1,list1,10.html
[3] 이하 자세한 경위는 다음 기사에 정밀하게 기술되어 있다. [단독] 청와대 ‘7시간 거짓말’…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 오전부터 알았다, 정은주 기자, 한겨레, 2016-11-26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7207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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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0
시민의 의사를 전달하기 vs 빼돌리기

누적 인원 수백 만, 촛불집회의 에너지를 어떻게 국민주권의 행사를 통한 탄핵의 실행으로 이어갈 것인가?

네 명의 개발자, 기획자가 모여 자발적으로 만들었다는 <박근핵 닷컴>[1]은 이 질문에 대한 실용적이고 간단한 응답이다. 유권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의사를 전달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게 하자. 포털에서 검색하면 이런 설명이 나온다. "탄핵 청원 서비스. 국회의원 찾기, 청원, 메시지, 발송, 응답현황" 국회의원을 지목해 탄핵소추에 대한 의견을 직접 전하고 찬반 답변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을 믿고 탄핵 진행하라는 의사가 전달되면서 국회가 변하는 게 실시간으로 보여졌다.

한편 막상 탄핵 전엔 별 역할을 못하고 탄핵 이후 화제가 된 <시민의회>는 에둘러가는 대답이었다.[2] 국회가 국민을 대의하지 못하므로, 순수하게 시민들의 의견을 대의하고 정치권에 전달하는 시민의회를 만들자는 제안[3]에 "정치혐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내가 그 페이지를 열어봤을 때 김연아와 김제동이 시민의회 1, 2위를 앞다투고 있었다. 정치는 정치에 대한 욕망과 소명과 책임이 있는 인간이 사회와 소통하며 하는 일이다. 익명성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이 그걸 대체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 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만 의미있는 실험이었다.


[1] 박근핵닷컴
[2] 시민의회 사이트 현재는 닫혀있다
[3] 시민의회 제안문이 담긴 공동제안자 신청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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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2
132만 명이 5,000만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함을 증명하다

나는 저녁 시간대에 안국에서 내렸다. 막연하게 친구랑 연락해서 만날 수 있겠거니 생각했다. 두 사람에게 연락했는데, 한 명은 정동에 있다고 했고, 또 한 명은 사직단에 있다고 했다. 누구는 종로3가에서 내렸다고 했다. 종로를 중심으로 사대문 안쪽은 나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익숙한 지역들이다. 그리고 정동이랑 안국동은 분명 다른 동네인데 거기에 우리가 다 한 이벤트에 온 사람들로서 동시에 있다니. 반경이 훅 확장되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사람들은 계속하여 흘러왔다.

인터넷에서 앞으로의 집회에 대한 전략을 몇 가지 맞닥뜨렸는데 무의미하다고 느껴졌다. 예컨대 2008년 촛불처럼 되지 않으려면 하루 이벤트가 아니라 의미 있는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든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든가 하는 전략들. 132만 명[1]이 거리로 나왔다. 개인과 조직 차원에서는 당연히 다른 액션들이 이어져야 할 것이고 논쟁할 수 있지만, 132만 명이라는 '민중'은 이 시간과 장소로 충분히 소임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략은 총궐기의 몫이 아니다. 132만 명 안에서 차 벽을 넘든, 춤을 추든, 쓰레기를 정리하든, 그저 머물다 가든. 132만 명은 정치인을, 검찰을, 언론을, 대통령을 움직이기에 충분한 압력이다. 이러고도 미디어와 사법 시스템과 정치권이 제대로 대통령을 퇴출하지 못한다면 그건 아무튼 132만 명이 후속 전략을 잘못 취한 문제는 아니다. 민중은 함께 존재함으로서 표출하는 집단이지 의사결정의 책임자는 아니므로, 그러니까 후에 어떤 결과가 온다고 해도 이 사건이 민중의 좌절과 민중의 냉소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온라인에서 시민들은 새로운 집회 문화와, 폭력시위 프레임에 대해 의미있는 논쟁을 하고, 깃발들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승리하기 위해서.


[1] 서울시에서 지하철 승하차 인구 수로 밝힌 참가자 수
참고링크: 시설 및 집회관련 정보가 업로드되는 광화문 커뮤니티 매핑
2016. 11.12 시청과 광화문을 중심으로 종로5가, 명동, 충정로부터 사직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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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9
2016년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촛불은 누구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이 드러나며 나라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연설문 사전 검수로 시작된 이야기는 국가 예산 탈취와 대기업과의 거래로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경험해온 "시스템의 무능"의 실체가 얄팍한 사리사욕의 드라마로 드러나면서 그 주인공들인 대통령과 비선 실세, 순응해온 대기업, 눈감아 준 검찰과 정치권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요구되고 있다.

분노한 국민은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었다. 10월 29일 5만 명, 11월 5일 20만 명이 참여했고(주최 측 추산) 다가오는 11월 12일 민중총궐기에서는 200만명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집회에 처음으로 나가본다"는 증언들이 들려온다는 점에서 2008년을 상기시키는 이번 촛불집회에는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점이 있다. 1) 청소년들이 활약하는 가운데 2008년과 같은 기특한 촛불 소녀 프레임은 명확히 거부하고 있다는 것. 2) 이재명 성남시장은 10월 29일 발언에서 "근본 없는 저잣거리 아녀자"라는 표현을 썼다가 여성혐오적 표현이라는 빈축을 샀는데, 이러한 지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것.[1] 사회가 퇴보하고 있다고 느껴진 지난 9년 간 시민은 성장해온 것이다. 2008년 촛불집회는 조직화 되지 못하고 흩어진 군중들의 이벤트로, 정권교체도 못 이룬 실패담으로 공유되어 오곤 했다. 하지만 이후 나는 종종 2008년 광우병과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각성의 계기'로 이야기하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2008년 촛불의 외연이 2002년 반미 촛불집회의 그것과 달랐듯 2016년은 또 확연히 다를 것인데, '깨어있는 시민과 촛불소녀와 유모차부대와 기타 등등'은 이미 지나 간 이야기이다.

한편 이 분노에 예전과 달리 보수 세력이 목소리를 얹고 있다는 것도 다른 점인데, 조선일보는 촛불집회의 "좌파적" 발언들이 일반 시민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기사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 정도의 대규모 집회를 주관할 수 있는 인프라는 조직화 된 시민사회와 운동권이 '투쟁'으로 유지해 온 것일 텐데 염치없는 투정이다.


[1] "근본을 알 수 없는 저잣거리 아녀자" 그 레토릭의 위험" 2016.11.2 허핑턴 포스트
2016.10.29부터 청계광장, 종로, 광화문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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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녹색당 새 공동운영위원장의 전략은 "여성 청년 세력화"

녹색당은 위원장직에 여남 각각 1인을 선출한다. 나흘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녹색당 제 4기 당직 선거 결과 지난 9월 9일 공동운영위원장에 김주온, 최혁봉 후보가 당선되었다. 여성 정치세력화에의 의지가 확실한 신인이 뚜렷한 가치를 갖고 성장세에 있는 정당의 대표자가 되었다. 시의적절하고 반갑다. 이제 나아갈 것이고, 긴말은 아직 필요 없다.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의 명확한 당선 인사 일부를 아래 옮긴다.

"(...)차라리 작정하고 여성 청년 세력화를 얘기하면 내심 당황하는 분과 열광하는 분으로 나뉩니다. 열광하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그간 정치로부터 소외되어온 이들, 정치하기에 적합하다고 여겨지지 않던 이들이 참여하는 정치야말로 녹색당 정치이며, 정말로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여성 청년은 보조나 부록이 아닙니다. 형식적 평등을 보증하는 토큰도 아닙니다. 이를 이해하는 당원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저의 성장, 당원들의 성장, 녹색당의 성장이 한국 사회에 희망의 증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보도자료] 녹색당, 제4기 당직선거 당선자 확정! ‘여성 청년’, ‘농민’이 정당 대표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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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1
서울시 청년허브 직원들의 노동조건 개선 1인 시위

지난 9월 1일 서울시 청년허브 앞에서 직원들의 1인 시위가 있었다. "청년허브 센터장에게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을 단 대자보에는 계약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요청,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 등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노동 강도가 세기로 유명한 청년허브여서 놀랍지 않은 일이었던 한편 1인 시위와 같이 조직 외부에 문제를 공론화 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은 어쩐지 의외였다. 관련된 내용은 당사자들의 SNS를 통해 알려진 게 전부여서 1인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지는 알 수없다. 서민정 청년허브 센터장의 SNS 게시물에 따르면 이 건으로 9월 5일 운영위원회가 열렸다고 한다. 청년허브 및 서울시의 입장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며 서민정 센터장은 향후 센터장직에서 물러나리라는 의사를 표했다. 대자보의 제목은 명확히 센터장의 책임을 묻고 있으나 청년허브는 사업체가 아니라 다양한 기관들이 운영에 참여하는 서울시 산하 기관이어서 센터장을 사용자로 보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이것이 문제의 책임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로 모호한 정황인데, '중간지원조직'의 특성에 기인한 문제적 상황 같다. 관에 속하지 않은 주체가 관의 자원으로 관을 대변해서 민과 소통하고, 또 같은 역할을 반대방향으로도 해야 한다. 잘해도 본전인 일이고, 막상 그 자신은 더 모호해져 갈 수 밖에 없는 위치다. 모호함은 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킨다. 이 건은 인건비가 관련된 문제이니 서울시가 나서서 개선을 약속해야 하지 않을까? 청년허브는 서울시의 주요 청년일자리 정책을 생산하고, 수행하고, 홍보하고, 때로는 수호해온 기관이기도 하다. 노동조건이 형편없다면 시가 부끄러워할 일이다.

중간지원조직의 고질적인 노동착취 문제가 논의 절차를 밟는 것은 정말 환영할 일이다. 서울시 청년허브는 지역 청년거버넌스 및 중간지원조직의 역할모델이다. 노동 환경의 획기적인 개선과 함께 해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좋은 선례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서울시 청년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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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9
“광화문 농성장과 반올림 농성장은 함께 승리한다.”

지난 8월 19일, 광화문 광장에는 수많은 장애인 활동가와 연대 단체들의 부스가 즐비했다. 2012년 8월 21일에 시작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광화문공동행동의 농성이 4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일상으로의 초대'가 그 타이틀이다. 투쟁 현장에서 밥을 실어 나르는 밥차 ‘밥통’이 이날 300인분의 식사를 준비했고, 민주노총의 부스 옆에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석방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나란히 자리해 있었다. 객석 부근에선 홀쭉한 막대기 끝에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의 무지개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삼성전자 반도체·LCD 공장에서 일하며 뇌종양 피해를 얻은 한혜선 씨가 그의 어머니와 함께 단상에 올랐다. 비장애인 여성 노동자였던 한혜선 씨는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면서 장애의 몸이 되었다. 그녀의 어머니 김시녀 씨가 소개했다. 삼성 본관 앞에서만 370여일 노숙하며 싸우고 있지만, 삼성을 상대로 한 싸움만 거의 6년째라고 했다. 젊은 노동자들에게 다시는 산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 졸업장을 따지 못한 여성들의 안전과 인권 교육을 위해, 피해 및 희생자에 대한 배제 없는 보상을 위해 싸운다고 밝혔다.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논리적으로 조직된 설명‘문’을 들으며 다소 긴장하고 있는 사이, 김시녀 씨는 글이 아니라 ‘말’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300일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4년을 맞이했으니 얼마나 힘드셨겠습니까.’

‘장애인 분들이 휠체어로 (행진하고 항의해서)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만든지도 몰랐어요.’

‘저희가 노숙을 해보니까 하루 이틀 백일 이백일 참 너무 힘들더라고요.’

이 말들을 들으며 긴장감이 풀렸다. ‘얼마나 힘드셨겠습니까’, 저쪽을 위로하는 말. ‘몰랐어요’, 당신의 무지를 고백하는 말. ‘저희가 해보니까 힘들더라고요.’, 동질감을 들려주는 말. 그러니까, 그녀가 말미에 말한 두 농성장의 '승리'는 이 말들이 드러낸 그들의 일상을 모두 통과하고 난 다음 얻은 단어일 것이다. '승리한다'는 말로 의지를 맺기까지, '승리'가 불가능한 조건과 지속적으로 갈등하기 때문이다. 초대받은 한 사람으로서 그 일상의 단서를 발견하고 말았다.


광화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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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31
이대에서 ‘다시 만난 세계’

실은 몇 번 내 타임라인을 지나갔던 이슈였다. 경찰이, 그것도 1,600명이, 학교에, 부당하게 많이 배치되었다. 그러나 이 장면은 잔인하게도 익숙했다. 무덤덤하게 그 장면을 흘려보내는 동안 (정말 부끄럽게도) 이대학생들은 '공부시위'[1]도 하고 '교수 수치플'[2]도 하고 그리고 '다시 만난 세계'[3]를 부르고 있었다. 1,600명의 경찰 앞에서, 추임새까지 곁들여가면서! 친구에게 뒤늦게 접한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그 장면이 좋았던 이유 5가지를 빠르게 꼽았다. "1. 다 따라부를 수 있음(당사자인 또래로부터 공감을 쉽게 획득함) 2. 제 언어임 3. 난 멋짐을 전시하지 않음(좋게, 아주 좋게 대중적임) 4. 밝음 밝음 밝음!!!!!!!!!!!! 5. 비장함 없음!!!!!!!!!!!!!!!"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6. 이런게 가능할 거라 상상도 하지 못함." 운동을 새롭게 하는 건 어려운 일인 줄 알았다. (아유 요즘 왜 이렇게 일 잘하는 여자들이 눈에 많이 띄는지.)

이대 학생들은 연대를 거부[4]하고 언론도 멀리했으며 느려도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는 식으로, 그러니까 기존 언어를 모두 사양하면서도 동시에 효과적으로 본인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고[5] 있다. 이 꽉 문 비장함도 삭발도 단식도 없이 경찰 1,600명을 호출했던 총장은 미래라이프 철회를 발표했다. 남은 건 사과와 사퇴. 수백만 가지 해설이 나올, 기념적인 사건이지만 가장 옳은 해석은 하나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대생들은 이대생답게 이대생만의 방식으로 다시, 세계를 만나고 있다. 한국의 시위/집회 문화는 이렇게 예상치 못하게 점프해버렸다.


[1] http://inews.ewha.ac.kr/news/articleView.html?idxno=19979
[2] https://twitter.com/ovaovain/status/759664941783584769
[3] https://youtu.be/Lo3UMxYFNW0
[4] https://goo.gl/HzGle8
[5] http://inews.ewha.ac.kr/news/articleView.html?idxno=19987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 Save Our Ehwa 페이스북 페이지

# 조직하고 모으기 by @sceneryoftoday
2016.07.31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부른 옛 노래

고등학교 때 수련회를 다녀오는데 버스에 노래방 기계가 있었다. 최신곡이 하나도 없는 낡은 기계였다. 처음엔 다들 김이 샜지만 이내 90년대 중후반 아이돌 노래와 '만화영화' 주제곡 메들리가 이어지자 흥이 났다. '우리의', '옛날', '노래'라는 것이 주는 또래 집단의 공동체성은 낯설고 기분좋은 기시감을 주었다. 그 순간 누구와도 상관없이 약간 '다 큰 것 같은'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다.

대학 학과 구조조정 문제는 내가 학교에 다니던 2000년대 중반부터 이미 터져 나왔다. 어학연수를 함께 했던 중앙대 독문과 친구가 느려터진 인터넷으로 학과 게시판을 들어가 보고는 "우리 과 없어졌대"라고 말하던 황망한 표정이 기억난다. 그 친구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 그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충분히 저항하지 못했다. 학생은 학교의 존재 이유임에도 불구하고 사학에 있어 정부에 비하면, 기업에 비하면 임시적이고, 미약한 이해관계자에 불과했다.

미래라이프설립 대학에 반대하는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의 농성에서, 경찰에 맞서 몸을 엮고 소녀시대의 노래를 부르는 학생들의 동영상을 보는데,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뚜렷한 '우리'가 있었다. 새롭고, 강하고, 자신들의 세계를 가진.


정부의 대학 지원 정책의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이 기사를 추천한다. <이화여대 사태가 보여준 '대학정책 10년'>(경향)

# 조직하고 모으기 by @slowcoleslaw
2016.07.07
제 16차 기본소득지구대회, 국제대회의 효용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asic Income Earth Network, BIEN)는 격년에 한 번 전 세계 기본소득 운동의 성과를 공유하고 활동가 및 연구자들의 네트워크를 촉진하는 자리인 기본소득국제대회를 개최한다. 제16차 기본소득국제대회(이하 국제대회)는 지난 7월 7일부터 9일까지 서울에서 열렸다.

아직 실현된 적 없는 아이디어인 기본소득은 다양한 영역에 대해 변화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3일간 40여 개에 달하는 다양한 주제로 세션이 열렸다. 한국의 젊은 기본소득 운동단체인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Basic Income Youth Network, BIYN)에서는 동아시아 기본소득 여성활동가 라운드 테이블 및 활동가 개더링을 제안했다. 기본소득 담론의 역사는 유럽 중심적으로 축적되어 왔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 및 도시화라는 공통점을 지닌 동아시아에서 기본소득은 분명히 다른 맥락의 필요성을 가지며 우리는 이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이에 김주온(한국,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청 푸루이(중국, 사회과학대학), 가오리 가타다(일본, 호세이 대학교), 쥐쿠 션광(대만, 글로벌기본소득사회복지추진회) 아시아 4개국의 여성 기본소득 활동가들이 모여 인사하고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가 처음으로 열렸다. 각자의 이야기는 균질하지 않았으며 흥미로웠다. 정치적으로 역동적인 시기를 보내고있는 대만에서는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1,000명을 웃도는 지지자들이 모여 단체 발족을 준비하고 있고(스위스의 국민투표가 계기였다고 한다), 중국에는 일종의 기본소득이라 할 법한 제도가 실행되고 있는 마을들이 존재하며, 이러한 커뮤니티가 수천 개는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새로운 움직임과 다른 역사의 발굴이 기대되는 동시에 무엇보다도 서로의 존재에 대한 확인이 반가운 자리였다. 당장 눈 앞에 발 디딜 자리가 너무 좁을 때,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붕 뜬 실체는 허공에 발 딛고 서 있을 수 있는 묘한 장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다른 어느 곳 보다도 이 테이블의 연구자와 활동가들에게 이번 대회가 발밑을 조직할 기회가 되었기를 바란다.

한편 개회식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참석하여 언론에 다수 보도되었다. 2년 전, 국제행사 유치 강국 한국이 차기 기본소득국제대회의 개최지로 선정되었을 때에는 예상치 못한 장면이었다. 네덜란드와 핀란드에서의 실험계획 발표, 미국 실리콘밸리의 반응, 스위스 국민투표라는 흐름 바로 뒤에 이어진 국제대회는 여러 가지로 유용한 무대가 되었다.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집권야당의 책임 있는 행보를 기대한다.


16차 기본소득국제대회 공식사이트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서강대학교

# 조직하고 모으기 by @slowcoleslaw
2016.06.04
자연스럽게 관계 맺는 것의 어려움

월곡동에 자리한 '인포숍 카페별꼴'(이하 별꼴)에서는 비정기적으로 진 만들기 워크숍을 연다. 별꼴은 장애인문화예술인의 활동을 돕는 사회단체 ‘장애인문화예술판’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교육 워크숍, 전시 등을 상시로 기획한다. '진 캠프Ⓐ'(2016.5.21~22)와 ‘진 페스트Ⓐ’(2016.6.4)는 별꼴의 진 메이킹 워크숍에서 수강생으로, 워크숍 진행자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모여 열게 된 행사다.

이중 '진 캠프Ⓐ'는 ‘하나의 주제를 함께 생각하며 포스터와 진, 티셔츠, 배지 등을 제작하는 1박 2일 워크숍’으로, 1회 주제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였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광화문역 개찰구 바깥에선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의 폐지를 요구하는 농성이 진행 중이다. 두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목숨을 잃은 장애인들의 초상과 제도 폐지를 위해 서명을 받는 활동가들의 테이블이 마주한 가운데 통로로 사람들이 바삐 통과한다. 활동가들에게는 일상이 되어버린 이 조그맣고 엄중한 공간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어울릴 수 있는 활동은 무엇일까. 발달장애인법 보드게임을 하고 활동가들의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 '차별에 저항하라'는 주황색 문구를 티셔츠에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하고 비슷한 구호를 적어 버튼도 만들었다. 캠프장 바깥에선 독립문 옥바라지 골목 강제 철거의 비통함과 강남역 10번 출구의 여성혐오 살해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었다. 일상의 리듬을 깨고 어떤 현장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절박함이 이런저런 사건 탓에 더욱 밀려왔다. 비록 이 공간에 일시적으로 들어온 격이지만 이곳에 함께 있는 만큼은 이 장소를 오랫동안 지켜온 분들의 시선을 경험할 수 있길 바랐다. 그렇지만 프로그램이 열릴 시간을 기다리는 잠깐 동안 서명 테이블에 앉아 보행자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료함이 몰려왔다. 상주하는 장애인 활동가들과는 어떤 소재로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할지 몰랐지만, 식사를 같이하고 몸에 그린 그림을 서로 보여주며 웃었다.

그렇게 고민은 남았다. 여전히 이 공간의 시간과 이곳 사람들의 경험을 동등하게 경험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그리고 그들의 입장에 온전히 가닿지 않은 한계를 느꼈다. 두 행사를 함께 기획한 어느 지인은 '진 캠프Ⓐ'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남겼다. “묻지 말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되뇌며 장애인 혹은 누군가와 만나왔을 때의 뭔가 조마조마했던 자기검열을 잠시 거두고, 편하게 관계 맺는 방식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다.” 비등하지 않은 관계에서 동등한 입장으로 서로의 말을 나누는 방식은 무엇일까. 현장의 언어를 들으려 하고, 그것을 자기의 언어로 번역해 현장 바깥으로 매개하는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http://zinefest.x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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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하고 모으기 by @scopesculpture
2016.03.11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이 존재하는가

유명 연사들을 섭외하고 규모도 있었지만, 그다지 주목은 받지 못한 행사였다. 네트워크가 확실한 공적 기관에서 행사를 준비할 때 홍보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못한다는 인상을 곧잘 받는다. 특히 대학의 경우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학생 몇 명 동원 가능한가' 식의 숫자 계산에 그친다. 좀 썰렁한 대회의실에서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와 곽노완 서울시립대 교수가 도시 청년의 삶의 기회를 주제로 발표하고,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과 강남훈 한신대 교수가 각자 기획 과정에 참여한 서울시 청년수당과 성남시 청년배당에 대해 발제했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3,000여 명의 NEET 청년(직장도 없고, 교육 및 훈련을 받지 않는 청년)을 선발하여 월 50만 원씩 최대 6개월간 지원하는 정책이고 성남시 청년배당은 만 24세의 모든 주민에게 연 50만 원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마지막으로 청년당사자 활동가들과 발제자들이 패널토론 시간을 가졌는데, 여기에서는 시행을 앞둔 두 정책을 둘러싼 논의가 오고 갔다. 재미있는 점은 청년수당 설계에 참여한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이 궁극적으로는 청년수당이 보편적 기본소득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논의를 마무리한 것이었다. (이에 현장의 오랜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명백히 서로 다른 철학과 방법론에 근거한 입장과 토론할 때 각을 세우기보다는 포섭해서 외연을 넓히는 전략을 취하는 것. 이것은 이기고 싶다는 욕망보다 지기 싫다는 욕망에 근거한 듯 보이는데 비약적이지만 야당이 선거에 대응하는 자세가 묘하게 겹쳐졌다. '진보'를 위한 기제로는 마땅찮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학술대회 미래세대의 기회와 도시의 청년복지 / 서울시립대학교 자연과학관 1층 대회의실 / 강남훈(성공회대), 곽노완(서울시립대), 구교현(노동당대표, 전 알바노조위원장), 박성호(시사평론가), 백희원(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우석훈(성공회대), 전효관(서울시 혁신기획관), 정준영(청년유니온)

# 조직하고 모으기 by @slowcoleslaw
2016.02.24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유령집회

지난해 4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홀로그램 집회가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는 공공건물 주변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인 '시민 안전법'에 대한 항의로, 홀로그램이라는 형식은 이를 비꼬기 위함이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이를 본따 집회 시위의 자유를 주제로 광화문 광장에서 홀로그램 집회를 진행했다. 사전 홍보와 예고가 눈에 띄었던 데 비해 막상 당일의 사진은 SNS에서 찾아볼 수 없었는데 필리버스터가 화제가 되어서인지, 홀로그램 이미지의 완성도가 높지 않아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해외 운동단체들은 캠페인에서 한 컷의 인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을 중요시하고 잘하는데, 국내의 경우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구현하기 위한 노력도 강하지 않은 것 같다. 이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데 다만 이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지는 궁금하다. 그리고 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즉, 한국에서는 언제나 한국적 이미지가 대중의 호응을 얻어내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카피할 만한 해외 사례에 늘 목말라 있을까? 더 좋은 방법보다 새로운 방법 그 자체에 대한 욕망이 있다는 짐작을 해본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시도되는 홀로그램 집회를 기획한 기저에도.


광화문 북측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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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4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반대 시민 필리버스터

이번 필리버스터의 의의는 여러 포인트가 있겠지만, 말 같은 말이 대의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멀쩡히 유통되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감동적이었다. 그간 말이 안 되는 문장 구조를 사용해서 말문을 막는 현 대통령의 어이없는 통치술에 시달려 온 만큼 더. 김광진 의원이 첫 번째 필리버스터를 시작하고 한 시간 뒤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의 주도로 국회 정문 앞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필리버스터가 진행되었다. 사실 그간 숱하게 해온 거리 집회, 만민공동회, 집담회 등과 형식적으로는 크게 다를 것 없는 자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언로가 막혀서 시위에 나서 직접 발화할 때와, 정치인이 먼저 움직이고 이를 지지하기 위해 발화할 때 말의 효용은 얼마나 다른 것인가. 이번 기회에 정치가 작동한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약간은 회복되지 않았을까. 더 나아가, 진정성보다 합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정치판에 환멸을 느끼지 않고 들여다볼 마음이 생겼다면 그것만으로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경로가 트인 셈이다. 가설이지만, 정말로 이탈리아의 오성운동 같은 조직화 전략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 모른다. 비록 3월 1일 현재 '개인은 뛰어난데 조직은 멍청하다'는 익숙하고 한심한 결과로 마무리되어가고 있지만.


국회의사당 정문 앞

# 조직하고 모으기 by @slowcoleslaw
2016.02.15
한겨레 정치 bar ‹청춘아 정치하자 피티쑈 2회: 정당들이 청년에게›

2012년 4월 총선이 끝났을 때 청년 문제라는 이슈는 이번 선거에서 효용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몇 번의 선거를 심심하게 지나고 이번 선거에서 청년은 '흙수저', '헬조선'이라는 수사와 함께 좀 더 근본적인 시대적 과제로 등장했다. 한겨레 정치BAR에서 각 정당의 청년 정책을 15분 동안 들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정의당은 청년 실업을 세대 문제가 아닌 시대 문제로 보편화하며 고용안전망 혁신과 주거임대시장 안정화를 이야기했다. '저녁이 있는 삶'과 같은 복지국가의 행복한 삶의 이미지를 곁들인 설명이었다. 반면 녹색당은 일자리가 없는 상황을 인정하고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통한 접근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청년의 정치 참여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일자리창출,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익숙한 정책을 말했는데, 청년을 약자로 프레이밍하지 않고 가장 많이 교육받은 세대로 이야기했다는 점은 전과 달랐다. 새누리당은 자유, 기회 균등이라는 보수의 가치를 강조하며 맞춤형 지원과 개인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고용 훈련을 이야기했다.

문제는 '어떻게 지킬 것이냐'이다. 이 질문에 더민주는 집권당이 되면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새누리당은 요약하자면, 정책 설계와 실현을 위해 열심히 발로 뛰고 있다고 답했다. 정의당은 진보 정책이 당의 존재 근거이기 때문에 타 당과의 타협이 있다 해도 공약은 지킬 것이라고 답했다. 녹색당은 장기적 관점에서 의제를 제안하는 당이므로 반드시 의석을 얻지 못해도 꾸준한 공론화를 통해 실현할 수 있다고 답했다. 우리는 정책 정치의 승리를 본 경험이 없다. 이 중 확신을 주는 답은 없지만 각자 마음이 가는 답 정도는 찾을 수 있겠고, 가장 한심한 답이 무엇인지는 확실한 것 같다.


동교동 미디어카페 후 / 김정훈 더불어민주당 연구위원, 김주온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정현호 새누리당 청년혁신위원장,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

# 조직하고 모으기 by @slowcoleslaw
2016.01.27
콜트콜텍 수요문화제 연대는 더크게 Vol.3 사운드캠페인

행사 시작 전의 간단한 설명에 따르면, 기타 회사인 콜트콜텍은 2006년 국내 공장을 닫고 해외로 이전하며 대규모 정리해고를 강행했고 콜트콜텍 노동조합은 9년째 투쟁을 이어 나가고 있다고 한다. 대법원에서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9년째 끈질긴 투쟁이 가능한 것은 오늘 이 자리와 같은 '연대의 힘' 아니겠느냐고 자기 소개를 잊은 사회자가 말했다. 연대라는 말 참 오랜만에 듣는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자리를 빌어 네트워크를 확장해야 한다는 말이 이어졌다. 요즘 어디서나 듣는 네트워크 확장이 연대의 최신 버전임을 깨쳤다. 첫 순서인 콜밴은 조합원분들이 직접 결성한 밴드로 투쟁 과정을 소재로 삼은 솔직한 자작곡들을 들려주었다. 콜밴의 보컬분은 물질을 중요시하며 인간을 기계 취급하는 풍조에 대한 비판의 멘트를 던졌고, 행사를 기획한 청개구리제작소는 다음 순서로 무대에 올라 목소리를 바코드로 변환해 인쇄한 뒤 스마트폰으로 다시 읽어내는 퍼포먼스를 했다. 비균질적인 기계음이 부르는 노래는 '청계천 8가'였다. 이어 다이애나 밴드가 와이파이를 이용해 한 사람이 노래를 부르면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이 그에 맞춰 일제히 합창과 연주를 하는 방식으로 '앞으로 앞으로’를 불렀다. 아마도 두 다리 안팎의 지인들일 삼십여 명의 관객들은 즐겁게 환호했다. 가능한 시도는 모두 거친 끝에 지속 가능성 자체가 지향이 되는 투쟁은 이제 미적인 차원에서 봐야 하는 걸까 생각하며 나도 박수를 더 크게 쳤다.


홍대 클럽 빵 / 콜밴, 김하민, 다이애나밴드,배민경, 배인숙, 청개구리제작소 / 입장료 :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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