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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영년을 위한 영화 보기

10월이 되면 부산에 내려간다. 영화제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주저 없이 말하고 다니는 나지만, 그런 내게도 영화제 기간 동안의 ‘영화 보기’는 굉장한 고통을 수반하는 행위이다. 여러 극장을 쏘다니며 하루에 많게는 네 편 정도의, 그것도 작은 규모로 만들어진 예술 혹은 실험 영화를 연달아 보는 것은 때론 영화를 진정으로 좋아하냐는 질문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설계된 잔인한 고문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어김없이 나는 캐리어를 끌고 영화를 보러 부산에 내려갔다. 그러나 영화제 길가 곳곳에서 마주하는 서병수 시장의 사과를 묻는 피켓들 사이에서 나는 예전처럼 마냥 영화제를 즐거워만 할 순 없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상영을 두고 서병수 부산시장은 상영 철회를 요구하며 영화제에 압박을 가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다이빙벨>은 끝내 상영 된다. 이후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는 예년 지원받던 금액의 40%가 삭감된 8억 원만 지원받게 되고,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부산영화제 인원들이 정부 지원금을 유용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한다. 2016년,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해촉과 함께 많은 영화인들이 내쫓긴다. 영화제 개최가 불가능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려는 찰나에 전직 집행위원장이던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을 조직위원장에 내정하며 극적인 타협으로 영화제는 껄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정상 개최된다. 2016년 10월 10일,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실은 보도 자료를 통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존재함을 밝힌다. 정부가 바뀐 2017년, 나는 서울로 올라온 후 ‘비프 메세나상’ 수상자로 선정된 박배일 감독이 수상소감 중 “서병수 시장은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했다는 소식을 이후에 전해 들었다. [1]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24일에 열은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서병수 시장이 다시 한 번 부산국제영화제와 영화인 측에 대한 사과를 요구받자 그는 이번에도 역시, 사과를 거부한다. [2] 여전히.

예술의 자유는 헌법 제 22조 아래에서 보호받고 있으며, 검열 역시 헌법 제 21조 2항에 의거하여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 약 10년 동안 MB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좌파 딱지가 붙은 문화예술인을 조사하고 명단을 만들고 그들의 활동에 문체부의 지원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거나 압박을 가하는 방식으로 ‘은밀한 검열’을 자행해왔음이 드러났다. 이 블랙리스트 사건을 영년(Zero Year)으로 기록하기 위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름들에 대한 광범위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로 인한 법적인 처벌을 물어야할 것이다. 그것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해내야 할 무거운 과제다. [3]

영년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은 파괴되지 않고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상상할 수 있는 자유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잔존하는 유신의 헛된 기대는 허망하게 무너졌다. 이 무너짐은 전염성 강한 각자의 용기, 함께 할수록 커지는 항의의 목소리가 만들어낸 강력한 연대에서 시작되었다. <다이빙벨>, <천안함 프로젝트> 등의 ‘문제적’ 다큐멘터리를 배급한 국내 유일의 다큐멘터리 전문 배급사 ‘시네마달’ 역시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지만 여러 시민들의 후원으로 올해에도 다큐멘터리 배급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게 벌어진 사태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보이콧 운동이 없었다면 어쩌면 상황은 더 심각했을지도 모른다. 예술은 우리로 하여금 어떠한 ‘징후’를 발견하게 만든다. 불안한 징후로 가득한 어두운 세기 속에서 영화는 반딧불의 빛 [4]으로 존재한다. 예술가를 쫓으려는 서치라이트와 반대되는 개념으로써 희미하게 존재하는 이 반딧불의 빛은 서치라이트와 반대로 사람들을 결속시킨다. 보라, 유신의 망령이 휘두르는 ‘서치라이트’를 끝내 무찌른 것은 더욱 거대하고 강력한 빛이 아닌, 보다 작은 촛불’들’의 ‘합’이다. 영화를 보는 행위, 예술을 향유하는 것, 그 자체는 혁명의 움직임이 될 수 있다. 내년 10월이 되면 나는 어김없이 부산의 영화관을 찾을 것이다. 캐리어를 끌고, 여전히.


[1] 박배일 감독 "서병수는 사과하라" 직격탄 수상소감, 관객 들썩 http://omn.kr/ofld
[2] [국감현장] 서병수·표창원 부산국제영화제 두고 '설전' http://news1.kr/articles/?3132502
[3]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브리핑 http://bit.ly/2hx8XQW
[4]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 <<반딧불의 잔존>>, 김홍기 역, 길, 2012.

# 영화 by @louderaloud
2017.07.25
2000여 개의 스크린에 저항하기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가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1] 마블의 <스파이더맨 : 홈 커밍>이 아깝게 1965여 개의 스크린 수를 확보하며 실패했던 ‘상영 스크린 수 2000개 돌파하기’에 성공한 것이다. 개봉 첫날, <군함도>는 총 417개의 극장이 보유한 2575개의 전체 스크린 수 중 2027여 개의 상영관에서, 총 1만 174번 상영되며, 하루 만에 97만 898명이라는 경이로운 관객 수를 확보했다. 민병훈 감독은 해당 기록을 두고 “독과점을 넘어선 광기”라고 일축했고 [2],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류승완 감독 스스로도 자신의 영화를 끝으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3]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뒤이어 개봉한 <택시운전사>가 1400여 개의 스크린으로 시작해 결국 1900여 개의 스크린으로 확대되었다. [4] 영화 내외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논란으로 인해 생각보다 관객 유치가 되지 않는 <군함도>를 트는 것보다는 전반적으로 평이 더 ‘괜찮은’ <택시운전사>를 트는게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독과점 논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새로운 영비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분석 기사가 뒤이어 나온다.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비판에 언론이 힘을 실어주는 것에 희망을 걸어보기엔 이와 같은 비판적인 목소리의 흐름은 늘 있었고, 그럼에도 늘 어떤 영화는 1500여 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여전히 상황은 절망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도종환 의원과 국민의당의 안철수 의원이 각각 작년에 새로운 영비법을 발의한 상태이지만, 법적인 제재로 이어지기까진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이 광기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 만큼 실질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관객층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스크린 독과점에 저항해 멀티플렉스에 타격을 줄 수 있을 만큼 관객층에서 그들을 불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멀티플렉스의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스크린을 확보하여 관객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영화산업에서 멀티플렉스는 소수 영화의 독점을 가중함으로써, 관객에게 선택의 폭을 도리어 축소한다. 2016년 3개 멀티플렉스 체인(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전국 극장 수 및 스크린 수 점유율은 각각 79.1%, 92.4%를 차지하고 있다. 비 멀티플렉스 극장의 점유율이 1-2%에 불과한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행위는 무기력하게 멀티플렉스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 어디서,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에 대한 관객의 자율적인 선택의 영역이 마치 운명처럼 결정되어있는 상태에서 ‘한국 관객’의 숙명을 벗어나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이러한 점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이디푸스적 관객으로 존재하는 우리는 이 비극적인 운명에 관해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다. 그저 자본주의라는 만들어진 신이 정해준 운명의 수동적인 제물이 되어선 안 된다. 멀티플렉스가 정해준 운명의 끝의 길에 놓인 나쁜 영화들의 범람에 두 눈을 잃는 비극에 저항하기 위해, 우리는 그 누구의 눈도 아닌 온전한 “자신의 두 눈으로” 영화를 보고,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1] https://twitter.com/parkpico/status/890425363796443140
[2]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27/2017072701131.html
[3] http://www.huffingtonpost.kr/2017/07/29/story_n_17624020.html
[4] http://www.sportsq.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9422

# 영화 by @louderaloud
2017.06.07
'남성영화'를 위한 특별한 자리는 없다

훌륭한 라인업이다. 경쟁 및 공모전 섹션을 제외하고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는 “여성영화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슬로건에 맞춰 ‘과거’에 해당하는 섹션인 ‘페미니스트 필름 클래식’, ‘현재’에 해당하는 ‘새로운 물결’과 ‘미래’에 해당되는 ‘테크노페미니즘 - 여성, 과학, 그리고 SF’, 이렇게 크게 세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다. 베라 치틸로바와 샐리 포터 같은 여성 감독의 고전 작품들에서부터 출발해 주목할만한 동시대 여성영화들은 물론, VR이라는 신기술이 미래의 여성영화에 어떤 화두를 던져주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김진아 감독의 VR 영화 <동두천>까지 모여있는 것을 보면, 영화제의 프로그램 자체가 남성 감독들에 가려져 희미한 점으로만 나뉘어 존재하던 여성영화들을 느슨하게 엮어 새로운 영화의 역사를 정립하는 과정처럼도 보인다.

올해 유독 라인업이 훌륭하다고 앞서 언급하긴 했지만, 사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매년 프로그램이 눈에 띄게 좋은데, 심지어 발전하기까지 하는 몇 안 되는 영화제다. 그해 가장 좋은 영화를 꼭 한 편씩은 만나게 되는 영화제인데, 안타까운 점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들 대부분(큰 호평을 받은 작품들조차도)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신 국내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보통 이와 같은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들은 IPTV용 영화로나마 수입되거나 이후 이런저런 다른 기획전에서 만나길 마련인데, 유난히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작품들은 국내에서 더 이상의 상영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소수 관객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된다. 이런 지점에서 나는 ‘여성영화’가 가지고 있는 어떤 위치를 다시금 실감한다.

안드레이 아놀드 감독의 <아메리칸 허니>를 보러 가는 길목에서 한 남성이 커다랗게 걸린 영화제의 현수막을 보고 “여성영화제? 남성영화제는 없나?”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명확한 정의도 없는 ‘여성영화’라는 단어를 어떠한 장르인 것마냥 계속 호명하는 까닭은, 여전히 영화의 역사에 여성을 위한 자리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여성영화’의 반대항으로써 ‘남성영화’를 호명한 그 관객에겐 미안하지만, 여성영화제를 나서는 순간 곳곳에 널려있는 너무 많은 ‘남성영화’들을 위한 ‘특별한 자리’는 없다. 그럼과 동시에 나 역시, 그의 희망처럼, 언젠간 여성영화들이 넘쳐 흘러서 도리어 남성영화제가 열리길 간절히 소망한다.[1]


[1] https://twitter.com/lakinan/status/871006533550723072
서울국제여성영화제 http://www.siwff.or.kr

# 영화 by @louderaloud
2017.04.25
시네마달아, 멈추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9년 차에 접어든 ‘시네마달’에게 붙은 수식은 여전히 “국내 유일의 다큐멘터리 전문 배급사”라는 문장이다. 달리 말하자면, 시네마달은 국내 영화산업 가장 최전선에서 가장 치열한 싸움을, 가장 외롭게 해온 배급사라는 의미이다. 5명의 적은 인원으로, 9년간 수백 편에 달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배급해온 시네마달이 <다이빙벨>, <나쁜나라>, <416 프로젝트> 등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를 연달아 배급하자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그 이름을 올리며, 잦은 외압에 시달려 영진위의 개봉 및 제작 지원에서도 모두 배제되어 사무실의 운영 비용은 물론 개인 직원들의 월급도 체납할 수 없는, 더 이상의 운영이 불투명한 폐업 위기에 봉착하였다. [1]

정치적 다큐멘터리를 제작·배급 한다는 것은 굉장한 리스크를 부담하는 일이다. 그것은 단순히 정부 및 거대 자본가들과 만의 외로운 투쟁을 강행한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인디 다큐멘터리 산업에 뛰어드는 행위 자체가 자본주의 사회 자체와도 반목하는 일임과 동시에 정치적 다큐멘터리의 제작 및 배급에 따른 각종 소송 비용을 온전히 자신이 짊어야 할 부담으로 가져가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 놓인 시네마달을 구출하기 위해 약 75일간의 스토리펀딩이 열렸다. 많은 영화인이 해당 펀딩의 홍보에 참여했으며, 내 타임라인에도 지속해서 오르내렸다. 다행스럽게도 약 75일간의 스토리펀딩 과정 동안 약 1억 원의 금액이 모이며, 목표했던 금액의 111%를 달성하며 펀딩에 성공했다. 후원을 해두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도 이따금 덕분에 개봉이 불투명했던 작품의 개봉이 결정 되었다는 메일이 꾸준히 날아온다. 그들은 여전히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1]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3011

# 영화 by @louderaloud
2016.11.12
공감 할 수 있는 영화들을 위하여

이현주 감독의 <연애담>을 굳이 개봉 첫 주에 무조건 봐야겠다고 생각한건 예매 취소 테러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1] 덕분에 적은 상영관 탓에 어쩔 수 없이 복잡한 명동까지 찾아가 <연애담>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잔뜩 흥분한 채로 그야말로 폭트를 했다. 하필이면 이 땅에 태어나서 성소수자로써 살아가는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정말이지 처음 만났기 때문이었다.

그 동안 내가 확인했던 성소수자 소재의 영화들은 성소수자가 아닌 관객들을 설득하기 위해 자꾸만 극적인 사건들을 만들어내고 과잉된 신파와 감정들로 점칠 되어 있거나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으려 노력했고, 그렇지 않은 영화들은 다루고 있는 시대나 배경이 ‘나’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다. 그런 영화들에 지쳐있던 찰나에 <연애담>을 보게 된 것이다.

<연애담>엔 어떤 영화적 사건들도, 거창한 메시지도 없다. 대신 이현주 감독은 그저 한국을 살아가는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 한 켠을 오려 스크린에 담아낸다. 그 오려낸 한 편의 ‘연애담’엔 이명박 정부를 지나 박근혜 정부를 살아가며, 본가에서 나와 홍대 주변의 단칸방에서 자취하며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모습이 어떤 덧댐도 없이 담겨있다. 이 속엔 부모에게 애인을 친한 친구 내지는 아는 언니라고 소개할 때 깔리는 어색한 침묵, 커밍아웃 한 친한 친구를 향해 바로 혐오를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무시하려 하거나 없는 사람 취급하려는 호모포빅한 반응, 단칸방에서 청포도와 다이소 와인 잔에 와인을 마시는 가난과 경기도와 서울 사이의 가깝지만 먼, 미묘한 거리감 등 내가 사는 현실이 리얼하게 담겨있다. 그러니까, 내가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 “맞아, 맞아!” 라고 말하며 공감 할 수 있는 영화를 처음 만난것이다.

나는 이토록 성소수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애담> 같은 작은 기적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누군가는 우리가 영화를 보며 공감 할 가능성마저도 앗아가려 하지만[2], 그들의 뜻대로 이뤄지도록 내버려두진 않을 것이다. 이것은 내가 <연애담>을 지지하는 이유다.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들이 <연애담>을 시작으로 더더욱 나타나길 바란다.


[1] 대량 예매 취소 사태에 부친 이현주 감독의 호소 https://twitter.com/forourlovestory/status/797684527636234240
[2] 개봉이 되고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예매 취소 사태는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https://twitter.com/lunar_dawn/status/800718186962296832
https://twitter.com/geum_byul/status/799529241100644354

# 영화 by @louderaloud
2016.11.07
영화를 위한 집을 짓는다는 것

근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박찬욱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옛 영화를 위한 새집”인 시네마테크 건립이 드디어 행자부로부터 승인되었다. 작년에 서울시가 영화 발전 계획을 발표하며 2018년을 목표로 충무로에 시네마테크 부지가 새워질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행자부의 중앙투자심사에서 빈번히 탈락하는 바람에 불투명하게 보였던 옛 영화들의 제집 찾기가 드디어 첫 삽을 뜰 수 있게 된 것이다. 씨네코드 선재에 위치하다 낙원상가 꼭대기로 쫓겨나 초라한 모습으로 약 10년간 임시로 운영되었다가, 작년 말에 또다시 서울극장의 작은 구석으로 이전하게 된 서울아트시네마의 긴 표류 생활도 마침내 끝이 났다. 암울한 이야기들만 들리는 요즘 같은 상황에선 유난히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소수의 사람만이 보는 오래된 영화와 예술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하나가 지어지는 게 뭐가 그리 대수냐고 물을 수 있다.

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는 “영화가 나빠지는 걸 구경한 다음에는, 세상에 나빠지는 걸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에겐 그의 말이 영화와 바보 같은 사랑에 빠진 어리석은 씨네필의 호들갑처럼 들리지 않는다. 영화는 정말 단순히 ‘영화일 뿐’일까? <국제시장>과 박근혜 정권 사이엔 과연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을까?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와 이른바 ‘알탕 영화’들의 극장가 점령은 어떨까? 크라카우어는 히틀러가 등장하기 직전의 시대의 독일 표현주의 영화들 속에서 파시즘의 전초를 발견했다.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라는 들뢰즈의 선언(이자 정성일 평론가의 책 제목이기도 한 이 문장)은, 사실 무척 섬뜩한 말이다.

때문에 시네마테크는 단순한 영화관으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 정부가 당시 시네마테크의 원장이었던 앙리 랑글루아를 일방적으로 해임하자 수많은 영화광들이 시네마테크 앞에 모여들었다. 프랑스 전역을 뒤덮었던 68혁명은 그렇게 한 극장 앞에서 시작되었다. 결국, 영화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수많은 부당과 싸우는 일일 것이다. 우린 나쁜 영화를 향해 거침없이 침을 뱉고, 나쁜 영화를 만든 이들과 그 사회를 향해 투쟁한다. 이 투쟁이 올바르게 이루어지기 위해선 먼저 무엇이 좋은 영화인지를 알아야 한다. 여기서 시네마테크의 필요성이 드러난다. 좋은 영화를 발굴하고 주기적으로 상영해주며 우리로 하여금 영화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하는 시네마테크는, 영화가 나빠지는 것을, 즉 세상이 나빠지는 것을 막는 저지선이자 혁명이 시작되는 장소이다.


https://twitter.com/seoulartcinema/status/795546227567824896

# 영화 by @louderaloud
2016.09.16
비평적 거리두기에 실패한 카메라가 '소수자'의 세계를 보여줄 때

<왕초와 용가리>의 이창준 감독은 영등포역 근처 쪽방 마을 ‘안동네’에서 3년간 지역 사람들과 교우하고, 이중 ‘상현’, ‘정선’, ‘진태’, ‘복수’ 등 남성 인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이들과 형 동생 사이로 지낸 감독은 그들의 생각을 들려주고 상황을 보여준다. 그 상황과 사건은 물론 ‘안동네’ 사람들을 폄하하거나 착취하는 사회의 인식과 제도 위에 놓여 있다. 감독은 그러나 사회 문제를 의제화하지 않고 이 공동체 내부의 모순에도 무감각하다.

이를테면 영등포구 구청장 후보자와 해병대 전우회, 조합장과 같은 세력이 결탁해 안동네 일대를 ‘밀어내’고 문래동 재개발을 추진하기로 선포한 단합 회의장에서, 이들을 돕고 있는 진태는 안동네 상현의 친구이다. 부산에서 온 그는 한때 상현과 같은 처지였으나, 한 복지 단체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인력이 필요해 그 기회로 취직했다. 그는 불안정한 삶의 그늘에서 탈출할 자유를 얻었지만 그가 속한 곳은 재개발을 이끄는 세력과 가까우며 그의 친구들은 터를 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독은 이런 맥락을 관찰하면서도 진태에게 입장을 묻지 않는다. 암에 걸린 정선이 여성 지인에게 ‘(죽기 전에)너랑 한 번 (섹스)하고 싶다’라는 말을 던지고, 주변 사람들이 (심지어 같은 여성 또한) ‘얘랑 한번 자줘’라고 강조하는 시점에서도 감독은 은연중에 퍼져 있는 여성혐오 발언을 제어하지 않는다.

그것이 그들의 고유한 문화이고 그들 관계의 진실이므로 그대로 카메라에 담는 것이 윤리적인가. 그러나 위에 열거한 상황은 상대방을 약자로 만드는 데 주인공들이 동참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자신이 신뢰하는 상대방에게 생각의 변화를 요청하지 않는 감독의 방식을 옹호할 수 없는 이유다. '상대방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의 개선을 요구하지 않는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들기까지 한다. 감독 스스로 그 자신의 이웃들에 대한 가치판단을 제거해버린 결과, 그는 그 누구보다도 그들의 친구에게 거리를 둔 사람이 되었다. 빈민이자 정치적으로 약자인 이들이 비위생적인 환경에 처한 모습, 예컨대 암 선고를 받은 시점에서 1년이 더 지나 눈에 띄게 기색이 나빠진 정선이 도로 난간에 쓰러지듯 누워 있는 모습을 찍을 때조차, 감독이 어느 '편'에서 정선의 고통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가 설득되지 않았다.

이러한 '태도 없음의 태도' 때문에 관객은 감독이 실어 나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온정주의의 시선으로 수용하기 쉬워진다. 예컨대 안동네의 대장 격인 상현은 노숙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교회 산하 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급식 및 생필품 배급 현장의 진행 요원으로 일하기 시작한다. 떨어져 사는 어린 아들과 함께 살기로 약속하고, 또한 새로 배우자를 맞이하며 생긴 변화다. (영화에서 누군가가 말했듯) 교회의 무료급식 사업은 정부 지원금을 받는 ‘밥장사’라는 것, 다시 말해 빈민 이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폐기하고 자선 사업의 수혜자를 재생산할 뿐인 시스템 내부에서 상현이라는 인물이 복무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사회의 밑낯.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에 의한, 사람의 이야기',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 '그들은 그렇게 무례하거나 사납지 않은 그냥 우리의 이웃'[1] 관객은 사회 없는 개인, 사회와 단절된 개인에게서 '연대 없는 시스템'을 질문하지 않고, 각개전투하는 자신과 동일한 인물을 발견할 뿐이다. 이로써 저 '이웃'의 일상에 가로놓인 정치사회적 배경을 축소시킨다. 관객이 의식적으로 감독과의 비평적 거리를 견지해야 하는 이유다.


[1] 댓글을 보라.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3624
비평적 거리두기의 긴장이 와해되어 아쉬운 씨네21 리뷰(조재휘)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5136

# 영화 by @ gusvjar
2016.09.09
<해피아워> - ‘이후’의 순간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인디다큐 시간여행: 다큐와 픽션 사이를 횡단하는 7가지 방법>> 특별전의 일환으로 하마구치 류스케의 <해피아워> 상영이 있었다. [1] 5시간 1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탓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한동안 국내에선 만나기 힘들 것이라 예상했는데, 꽤 빠른 시일 내에 여러곳에서 상영이 잡혔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2]

317분이라는 러닝타임을 그것도 인터미션 없이 한 번에 견뎌야 한다는 사실만으로 <해피아워>는 무척 실험적이거나 거대한 예술적 야심을 가진 것일거라 생각하겠지만 사실 <해피아워>는 오히려 그런 것과 거리가 멀다. 등장하는 배우 모두 고베에서 열린 한 즉흥 연기 워크숍에 참여해 연기를 처음 해보는 일반 시민들이였으며, 대본 역시 워크숍에 참여한 아마추어들이 합심해 집필했다. (영화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워크숍 장면은 바로 이러한 제작 과정에서 나온 장면일 것이다) 영화의 제작 역시 시민들의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루어졌다. 또한 준, 사쿠라코, 후미와 아카리, 이 네 명의 여성들의 우정과 그들 각자의 일상을 파고드는 영화의 이야기는 어렵지 않으며 무척 재밌는 편이다.

<해피아워>는 남겨진 순간들의 퇴적으로 이루어져있다. 영화를 채우는 것은 먼저 일어난 친구가 앉아 있던 텅 빈 의자, 잠시 담배를 태우기 위해 홀로 베란다로 향하는 순간, 일이 끝나고 적막한 집에 꺼진 불을 켜는 시간들, 긴 대화 이후 찾아오는 침묵과 글의 마지막 마침표, 그리고 읽고 덮인 채 다신 들춰지지 않는 책들이다. '공허'나 '허무' 같은 극단적이고 단순한 단어로 치환될 수 없는 이 ‘이후’의 순간들은 사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순간들일지도 모른다. 글보다 글의 마침표가, 대화의 순간 보다 대화를 곱씹는 순간이, 대지진 이후의 시간, 혹은 차마 말 하지 못하고 홀로 삼킨 후 한숨이나 담배 연기에 부쳐 보내는 말들이 때론 중요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영화가 이토록 긴 러닝타임을 지닌것은 이 ‘이후’를 다루기 위해선 그 ‘이전’의 시간들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해피아워>는 지금을 살아가는 일본 사회의 현대 여성들을 읽어내는데 중요한 영화로 자리 잡는다. 여성의 이야기는 남편의 출근과 아이의 등교 이후, 혼자 ‘남겨진 시간’ 속에서 널어 두었던 빨래를 개는 과정에서부터 출발한다.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던 이 여성들의 '이후'의 순간들 속엔 분노가 가득하다. 지난 세기 동안 여성들은 이 홀로 남겨진 순간들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했지만, 그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이 분노를 어떻게 표출 할 것인가에 대해 각기 다른 방법들을 제시함으로써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결국 그것은 각자의 방식으로, 하지만 분명히 표출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일본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것이다. 남자들이 가득한 다수의 한국 영화들이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여성들의 시간을 온전히 끌어오는 영화를 만나긴 흔치 않다.


[1] http://www.koreafilm.or.kr/cinema/program_view.asp?g_seq=150&p_seq=1017
[2] 곧 광주극장에서도 ‘폴링 in 전주’ 라는 특별전의 이름으로 9월 24일에 상영 될 예정이라고 한다. http://cafe.naver.com/cinemagwangju/

# 영화 by @louderaloud
2016.08.12
NEMAF 2016 – 가상에서만 드러나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진행 중인 시네바캉스를 잠시 뒤로하고 인디스페이스에서 8월 4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2016>> (통칭 네마프, NEMAF) 을 다녔다. 이번 네마프의 주제는 ‘가상의 정치’였다. 디지털 판옵티콘의 세상을 살아가는 개인들은 물리적인 실체를 지니고 있지만, 그것이 실존하는 세계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스마트 프레임 안으로 자신을 몰아넣는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 유령들의 투쟁은 가상의 공간에서 가장 개인적인 코멘트를 한, 두개를 덧붙이는 일로 시작되지만, 그것은 가려졌던 불평등을 드러나게 하고, 곧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며 물리적인 힘을 지니게 된다. [1]

‘대안 영화 : 가상의 영화-매체 공간’ 섹션에서 상영된 <드라마 6번>에서 오용석 감독은 각기 다른 프레임을 결합해 하나의 프레임을 새롭게 창조한다. 그것은 실재 하는 공간과 같아 보이면서도 리얼리즘에 가깝게 실재 세계를 모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원근법은 왜곡되어 있으며, 물리적인 움직임들은 프레임 속에서 제한되며, 때론 그 법칙마저 무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세계는 동시에 또 다른 자신만의 가상-법칙을 따르고 있는데, 움직이는 실체(자동차부터 조깅하는 사람까지)가 그에게 할당된 프레임의 밖으로 벗어나려는 순간 그 세계는 닫힌다. ‘로그아웃’은 사실상 또 다른 가상의 프레임으로의 이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그 세계를 완전히 닫아 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세계는 그렇게 끊임없이 닫힘과 다시 열림을 반복하며 실재와 분리 된, 하나의 완전한 단독적인 (가상) 세계로써 존재한다.

회고전 섹션으로 상영한 트레이시 모펫의 경우, 그녀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 필름들의 조각들을 모아서 하나의 새로운 푸티지를 완성시킬 때 그 조각 모음들은 기존 필름들, 혹은 그 내러티브 속에서 작용하던 의미들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화면조정>에서 그녀가 영화 속 등장하는 흑인 하녀들의 모습을 한데 엮었을 때 할리우드의 인종차별은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내고, <타자>에서 타 인종과의, 동성 간의 섹스 장면들이 교차편집 되는 순간 “실재세계에서는 오인과 낙인 장치로 인해 비가시화된 익명의 소수자”들은 모펫이 창조한 새로운 가상-할리우드 속에서 거대한 오르가즘이라는 짜릿하고, 순수하며, 동시에 유머러스하고 강력한 연대로 향한다. [2] 올해의 네마프에서는 이런 "가상공간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여성 혐오가 '메갈리안'이라는 가상공간을 통해 비로소 그 실체를 드러내듯, 우리 곁에 너무나 공기처럼 존재해,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회 문제들은 때때로 가상에서만 비로소 드러난다는 점을 시사한다. 디지털 유령들의 연대는 '넷사세'가 아니며, 당신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지닌다.


[1] http://www.nemaf.net/page/ainfo162
[2] http://www.okulo.kr/2016/08/news-001.html

# 영화 by @louderaloud
2016.08.07
<비밀은 없다>와 ‘리벤지 포르노’

서울아트시네마에서 7월 28일부터 8월 28일까지 열리는 <시네바캉스 서울 2016> 특별전의 일환으로 8월 7일에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 상영과 함께 시네토크가 열렸다. [1] <비밀은 없다>는 보기 드물게 여성 감독이 그린 여성 원톱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으며, 다양한 담론을 불어 일으키며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어찌 보면 이 영화가 다소 저조한 흥행을 기록했다는 사실마저도 이 작품을 컬트작으로 완성시키는 마침표로써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씨네21>>에서는 “모처럼 기자들이 만장일치로 지지한 영화” 라고 밝히며 꽤 많은 지면을 <비밀은 없다>에 할애했다. [2]

<비밀은 없다>가 과연 페미니즘 영화인가에 대해선 이경미 감독 스스로도 대담에서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으나 영화를 둘러싼 담론의 중심에 놓인 것은 페미니즘이었다.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영화의 서사가 “억압받고 주변에 밀려난 이들의 위치에 선 후, 연대” 하게끔 직조 되었다는 점 [3], 영화를 작동시키는 중요한 원동력으로 모성애를 두면서도 기존의 영화 속 ‘어머니’에 대한 게으르고 타자화 된 묘사를 넘어서 “가부장제 매트릭스”의 붕괴와 “새로운 성체계”의 도래를 그린다는 점 [4] 등의 다양한 근거가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가장 큰 약점이 존재한다. 결말부에서 주 캐릭터인 김연홍(손예진 분)이 손소라 (최유홍 분)에게 복수를 가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손소라와 김종찬(김주혁 분)의 ‘섹스 몰카’를 업로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 대해 서울아트시네마의 시네토크에 참여한 한 남성 관객이 “손소라를 향한 복수로써의 강도가 약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5] ‘리벤지 포르노’가 어떻게 소비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여성 인권 측면에서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이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비윤리적인 순간이며, 심지어 손소라의 가슴이 줌인 되는 순간엔 나는 참을 수 없는 불쾌함까지 느꼈다. 나는 이 ‘리벤지 포르노’를 통한 복수가 가장 악질의 행위라고 생각했으며, 영화에 대한 지지를 보낼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였지만, 누군가에겐 이것이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젠더권력은 이렇게 영화를 보는 시선의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비밀은 없다> GV 시간에 던져진 위의 남성 관객의 한 질문이, 사실은 오해였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접했다. 현재 기존에 링크 되어있던 원 트윗은 삭제되고 해명과 함께 보다 자세한 당시의 정황이 담긴 정정 트윗이 새롭게 올라왔다.[6] <비밀은 없다> 속 몰카 장면을 둘러싼 이 글 역시 그릇된 오해를 기반으로 질문자에 대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어조로 쓰여진 글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해 이미 올라 온 글을 삭제하는 것 보다는 정확한 정정에 대한 기록과 함께 공식적인 사과를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보다 신중하게 사실을 파악한 후 ‘파일드-타임라인’에 기록을 채워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1] https://twitter.com/seoulartcinema/status/761489661365657602
[2] http://m.cine21.com/news/view/?mag_id=84617
[3] http://m.cine21.com/news/view/?mag_id=84661
[4] http://m.cine21.com/news/view/?mag_id=84662
[5] https://twitter.com/coervos/status/762312999352741888
[6] https://twitter.com/coervos/status/763047688023584768

# 영화 by @louderaloud